사카낙션2021. 1. 27. 23:51

(특집: 밴드론.)

사카나의 움직이는 식물원.

야마구치 이치로에게 밴드란 무엇인가


우연처럼 만난 5명이 멤버 교체도 하지 않고 음악의 바다를 앞장서서 계속 헤엄쳤다.

그런 밴드의 프론트맨은 자신들을 좀 어떤 식으로 보고 있을까요?

사카낙션의 야마구치 이치로씨에게, 밴드가 뭐냐고 물어봤습니다.

시에 대한 경도, 말에 잡힌 어린 마음, 거기서부터 음악으로 가는 길.

사카낙션이 생기는 이야기입니다.

거기에 이르는 짧지 않은 여행에 끌어내 준 것 같은 기분입니다.

담당은 [거의 날] 오쿠노입니다.




#01 음악의 앞에는, 말이 있다.

──

:야마구치씨는 음악이란 것은 어째서, 인간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생각하나요?

야마구치: 저는 음악보다도 전에, 말이 마음을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.

──

:아, 네. 예전에 어디서 읽어봤네요.

야마구치:그러니까 제가 문학이라는 것에...그 중에서도 현대시라는 것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감동을

            주위의 친구들에게도 알려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, 그 일만을 계속 생각했던 것 같아요.

──

:소리 앞에 시가, 문학이, 말이 있다. 그건 몇 살쯤의 이야기인가요?

야마구치:초등학생때 입니다. 현대시의 아름다움에 이끌려서 혼자 시만 읽다가, 시가 시 그대로면 많이 알아주지 못하지만,

            그게 "노래"가 되자 다들 쉽게 기억해주더라고요.

──

:그렇군요. 

야마구치:말에 음계나 리듬을 부여해주면 갑자기 거리가 가까워지죠. 그 어떤 의미에서 불합리한 체험에서

            음악이란 뭘까? 노래는 무슨 말일까? 라고 생각했었네요.

──

:덧붙여서 "현대시"라고 하셨는데 어떤 사람들의 작품을 읽으셨나요?

야마구치:요시모토 다카아키씨나, 이사하라 요시로씨, 이시가키 린씨라던가...

           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쪽 사람들의 작품을 읽었습니다. 그리고 단가나 하이쿠정도겠네요.

──

:그러면, 그런 작품을 공유하셨나요?

야마구치:전혀 이해하지못했어요. 사실 이건 많이 얘기하는건데,

            국어 교과서에 다자이 오사무의 "달려라 메로스"의 이야기가 실려있었어요.

──

:네네

야마구치:그래서, 선생님께서 낭독하라고 말씀하셔서 친구가 읽었는데,

            자꾸 막히고, 감정도 전혀 담겨있지 않고....내용도 별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...

──

:읽혀지고만 있는 상태네요.

야마구치:맞아요. 다른 한편으로 저는 매일매일 아버지의 책을 읽고있었기때문에

            학교의 국어수업따위 라고, 어느 부분 깔보고있었어요. 재미도 없네..라고 생각했어요.

──

:그러시군요

야마구치:그래서 그 "달려라 메로스"의 낭독에 애먹고 있는 친구한데

            "이런 간단한 이야기도 못 알아듣나?" "이런 한자도 못 읽나?"라고 좀 무시했었어요. 근데 수업이 끝나고.....

──

:네네

야마구치:그 친구가 그때 당시 엄청 유행했던 히카루GENJI의 "유리의 십대"를 부르기 시작한 거예요. 쉬는 시간에

            그러더니...가사를 다 외우고 있었어요.

──

:그렇군요.(웃음)

야마구치:다자이 오사무의 달려라 메로스는 우물쭈물거리며, 전혀 읽을 수 없으면서 유리의 십대는 다 외워서 유창하게 부를 수 있네...라고.

──

:그것도 기쁜듯이 즐거운듯이 불렀겠네요

야마구치:그게 계기가 돼서 노래라는 건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.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말을 노래로 만들면

            다들 기억해주는구나, 그 아름다움도 알아봐주는구나...라고

──

:노래의 힘, 음악의 힘을 깨달았군요.

야마구치:5학년 때였네요. 아버지가 학생운동을 하시던 세대라서, 집에 통기타가 있었어요.

            그래서 제가 쓴 말을 멜로디를 실어서 부른다는 걸, 일단은 해보았어요.

──

:앗 그 시점에서 이미 오리지널 곡을 만드셨네요.

야마구치:첫 번째는 코드를 외우기 위해 이루카씨의 "봄 눈"이라던가 요시다 타쿠로씨의 "결혼하자"를 쳤었네요.

──

:노래책 같은 걸로 연습하셨겠네요

야마구치:네, 일단 아는 노래를 카피해서, 코드 누르는 법을 외워서, 그러다보면 완전히 제멋대로지만

            자신이 만든 말을, 멜로디를 실어서 부르기 시작했어요.

──

:그 곡은 누군가에게 들려줬나요?

야마구치:아무한데도...아, 아버지에게는 들려드렸네요.

──

:아버님..어디서든 나오시는 아버님..

야마구치:가사에 빨간 줄을 긋거나 하면서

──

:첨삭해주셨나요?

야마구치:중학교 들어가서는 자작곡을 교실에서 연주하거나, 음악실에 기타가 비치돼 있어서

            치고,노래하고,들려주고 했었죠.

──

:야마구치씨는 어머니가 화가시고, 본인은 음악가신 셈이지만, 가장 먼저 마음이 끌린 것은 말이었군요.

야마구치:그렇죠. 그림도 좋아하지만. 

──

:아버님의 영향이라고 하셨는데, 어떤 분이세요? 말씀을 듣고 있자니 뭔가..되게 흥미롭네요. 아티스트셨나요?

야마구치:아니, 그... 전 시의회 의원입니다 (웃음)

──

:그건 그거대로 재밌네요. 즉 시의회 의원이신데 예술적인 소양도 흥미도 가지고 계셨다군요.

야마구치:젊었을 적에 학생운동에 몰두하셔서 결국  일본에 있을 수 없게된 사람이셔서

──

:아 그러세요?

야마구치:유럽에서 오랫동안 지낸 후ㅡ 일본에 돌아와서 홋카이도의 오타루에 정착하셨네요. 그 후 시의회의원이 되었는데

            직접 조각작품을 만들거나, 그리고 화가신 어머니에게 색을 칠하게 하거나, 아직 초등학생인 나를

            무게를 달아서 파는 헌책방에 데려가서는 골판지 상자를 건네주고 "읽고 싶은 책들 다 넣어라"라고 하시던가..

──

:사줄게, 라고 말씀하셨나요?

야마구치:아버지는 아버지대로 골판지 상자를 가지고 계세요. 그래서 거기에 책을 가득 채워서

            "나는 한 달 만에 이것만 읽으니깐, 너도 한 달 안에 네 몫을 읽어라. 그리고 서로 다 읽었으면 교환이다"

             같은 말을 하시거나...

──

:그건...당연히 영향받을 수 밖에 없겠네요. 아버지가 하나의 세계관이시니

야마구치:생각해보면..특수한 환경이였죠.

──

:어쨌든 초등학생 야마구치 이치로 소년은 그렇게 말에 이끌려갔네요.

야마구치:자신의 마음 속의 모습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것이 그때는 그냥 말이라고 생각했어요.

            그것도 "시"라는 표현의 형태로는 모든 것을 다 설명하지 못하고 애매한 상태를 유지한 채 감정을 표출할 수있는.

──

:이야기와는 또 다른 방식이네요.

야마구치:그렇죠.

──

:학교 친구들 빼고, 현대시를 좋아해서 읽는 어른은 또 근처에 있었나요?

야마구치:없었어요. 아버지외에는. 어른이 되고 나서는 차근차근 만나기도 했지만

            사춘기 시절에 자신과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말을 대하는 사람은 없었어요.

──

:소설이었으면 좋았을텐데요.

야마구치:그런 생각 많이 했었네요.

──

:소설이 데려온 것과 시가 데려오는 것은...

야마구치:다 다르죠? 전혀. 어쨌든 제 머릿속에 대해서 그럭저럭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.

──

:그때 야마구치씨 앞에는 시라는 형태의 "말"이 있었군요.

야마구치:말이라는게, 가장 우주에 가깝다고 생각했거든요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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원문 주소:https://www.1101.com/n/s/ichiro_yamaguchi/2021-01-25.html

2화는 나중에 번역하겠습니다.

Posted by 니꾸